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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탁

    2026.06.25 by 안티소셜( )클럽

  • 마을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 힘이 필요하다

    2026.06.25 by 안티소셜( )클럽

  • 흙도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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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 공동체, 연대

    2026.05.23 by 안티소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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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3 by 안티소셜( )클럽

  • 제삿날

    2026.05.23 by 안티소셜( )클럽

신탁

이루사 헤반, 내 사랑스러운 딸.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밤이 늦었는데 자지 않고. 응? 누가 왔다고. 걱정마, 내가 나가볼테니. 아냐, 내가 직접 나가볼게. 들어와. 그래. 이 늦은 밤에 어쩐 일이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 시간에 이 먼 타지의 산꼭대기 신전까지 왔다니. 뭐? 맞아. 헤반. 그 애는 내 사랑스러운 딸이지. 이 시간까지 자지 않고 일하고, 기도하고, 어찌나 성실한지. 이 신전의 다른 사제들도 모두 이 애를 존경해. 딴소리는 이쯤하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그래, 몇 년 사이에 신기한 일이 참 많이 일어났지. 신이 실제로 있다니 말이야. 그리고 그 신이 축복을 내리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죽은 사람들이 무덤에서 멀쩡히 살아 일어날 거라고. 시신이 썩지도 않은 채로..

월간반항행동 6月호: 땅 2026. 6. 25. 16:36

마을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 힘이 필요하다

: 정릉골에 연대하며 구정은 예로부터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어쩌면 선조들의 그 말에는 양육보다 공동체 의식으로 길러지는 “인간”이라는 중심이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세계에서 마을 공동체의 무차별적 소멸은 정릉골에 뿌리내린 서사적 명맥을 끊어버릴 뿐만 아니라, 정릉골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더 이상 돌아올 곳이 없게 만들어 버린다.정릉골이 강제집행 되어서 안 되는 핵심적인 이유는 성북구청과 서울시가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이 곳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릉골이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2012년 당시 정릉골 주민 1237명 중 930명이 세입자였다. [1] 매매로 거주하던 대다수의 주민들은 진작 떠나고,..

월간반항행동 6月호: 땅 2026. 6. 25. 16:36

흙도 생각하는가

한은경1.산골마을 출신 룸메이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아빠가 서울에 오면 흙밟을 일 없다고 했는데, 진짜로 신발에 흙 묻을 일이 없다.”놀라움과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말투였다.나도 서울에 정착한 뒤로 흙을 밟을 일이 없어졌다. 고향 집은 밭 위에 지어졌고, 창문을 열면 밭이 보인다. 농촌인 우리집과 서울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서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지형이 되었고, 흙은 한강공원이나 가로수밑, 산에만 계획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지하철역과 쇼핑몰로 모든 땅의 레이어가 연결되어 있으니, 실외로 나갈 일도 잘 없었다. 엄마가 딸을 보러 종종 서울에 오면, 바람을 맞지 못해 늘 갑갑해하실 정도다.나는 서울땅 위를 거닐면 신발이 깨끗하게 유지되니까 좋았지만, 자연을 좋아했던 나에게 ..

월간반항행동 6月호: 땅 2026. 6. 25. 16:33

거름

이승현나는 걸었다. 계속. 축축하고 구수한 기운만 가득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계속 걸어야 했다. 어디서부터 걸어왔는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계속 걸으니 냄새가 났다. 비가 내릴 때면 식물 뻗은 것들이 여름 같은 냄새를 뿌렸고, 이따금 피 냄새와 시큼한 썩은 내도 풍겼다. 결국엔 전부 녹아 흙 내음만 남았지만. 또 계속 걸으니 소리가 들렸다. 쇠 냄새와 함께 무언갈 연거푸 내리치는 소리. 불똥이 튀어 오르고 거뭇한 쇳덩이가 갈라지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속살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또 커다란 소리. 그러고선 쇠 냄새가 났다. 나는 쇠 냄새 나는 무언갈 맞으며 계속 걸어갔다. 입안이 짭짤했다. 위에선 많은 것이 천천히 내려왔다. 돌, 물, 뼈, 살....

월간반항행동 6月호: 땅 2026. 6. 25. 16:32

베니스 비엔날레를 구경하는 제주도 출신 학부생 1

한은경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단이 사임하고 황금사자상은 관람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러시아관 앞에서는 pussyriot이 구호를 외쳤고, anga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파업에 동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관은 정부 검열 논란 끝에 문을 닫았다. 2024년에 처음으로 베니스를 다녀오고 2년 뒤의 소식을 다시 찾아보면서 나는 여러 기사와 이미지들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었다. 많은 이슈들은 결국 한 곳을 가리켰는데, 그건 바로 이스라엘이었다. 국가폭력과 그것을 둘러싼 이미지의 문제였다. 나는 제주도 출신 학부생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국가폭력이 예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배우게 된다. 제주에서는 국가..

월간반항행동 5月호: 역사 2026. 5. 23. 08:55

민족, 공동체, 연대

: 한국 미술의 특수성이 서구 이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 구정은 예술학을 공부하다 보면 종종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텍스트를 통해 접하는 이론이 현장의 감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다. 국내의 미술이 통상적인 예술 언어로 온전히 치환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서구 문화권과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은 국내 미술계만의 고유성을 드러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한국 미술 현장과 서구권 텍스트 사이의 통용되지 않는 언어를 좁히는 일은 일종의 숙제처럼 느껴진다. 서구 근대 미학이 오랫동안 백인 남성을 보편 주체로 규정했음을 생각하면 이론과 비서구 문화권의 현실 사이 괴리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이 정확히 어디서 오는지, 왜 특히 ..

월간반항행동 5月호: 역사 2026. 5. 23. 08:50

공부해서 빨갱이 되기

이승현 사흘 밤을 새우고 학교 선배 자취방 바닥에 누워 취한 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나는 안 보이는 많은 것들을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구나.라식 수술을 하고서 안구 건조가 심해졌다. 인공눈물을 점안하지 않으면 피곤할수록 앞이 잘 뵈지 않는다. 늘 그러다가 그날에서야 눈치챈 거다. 뵈는 것도 없으면서 이렇겠거니 저렇겠거니 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타자를 쳐 가며 관성으로 살았구나. 그러면 그 관성은 누가 만들어 준 것이지? 누가 나를 이 길로 굴러가라고 밀어 주었지?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의 명저를 처음 접한 지 꼭 6년이 되어서야 그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있었던 어떤 일, 그 특정한 일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세 빨갱이들이 나보다 더 잘 풀어줄 터이니 나는 말 그대로 사史에 ..

월간반항행동 5月호: 역사 2026. 5. 23. 08:48

제삿날

이루사 “너 데모하고 다니냐?” 삼촌이 물었을 때, 왜인지 엄마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남매는 남매구나 싶었다. 너 데모 같은 거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날 귀찮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그 말은 언제나 나를 귀찮게,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엄마가 상상하는 데모랑 다르다고 얘기해 봤자 뭔 소리야, 처음엔 안 위험해 보이지? 그것들 믿지 말라니까. 언제 어떻게 위험해질지 몰라. 그런 데 나가지 말라고 엄마가 몇 번을 말해. 폭탄 맞는 거 순식간이야.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해도 소용없을 거고, 사실 어쩌면 엄마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뭔 데모요.” “네 가방에.” 삼촌이 내 가방 앞주머니에 달린 팔레스타인 국기 배지를 가리켰다. 집안 어른들 중엔 저게 뭔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떼지 않..

월간반항행동 5月호: 역사 2026. 5. 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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